알람이 울리지 않았다.
눈을 떴을 때 시계는 오전 8시 13분이었다.
예전 같았으면 이미 두 번은 상사 눈치를 봤을 시간이다.
내 자리엔 오늘도 보고서 하나가 쌓였겠지.
출근길의 사람들, 사무실의 커피 향, 숨죽인 대화들.
그 모든 것에서 이제 나는 빠져 있었다.
몸보다 마음이 먼저 깨어났다.
무언가 빠뜨린 것 같은 기분.
지각한 건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습관처럼 따라왔다.
“그래, 이제 회사 안 가도 돼.”
혼잣말로 마음을 다잡는다.
하지만 이상하리만치 허전하다.
실제로 사라진 건 사무실일 뿐인데,
어딘가 내 일부도 같이 빠져나간 것 같았다.
부엌으로 가서 커피포트를 올리고,
식빵을 구우면서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낼지 생각했다.
계획은 해뒀다. 책도 읽고, 산책도 하고, 유튜브 영상 하나 찍어보는 것도 괜찮겠다 싶었다.
하지만 막상 시간이 생기니, 그 모든 계획이 어색했다.
식탁에 앉아 창밖을 바라본다.
평일 아침의 풍경은 여전히 바쁘다.
초등학생들이 가방을 메고 달리고,
옆집 아저씨는 양복 차림으로 차를 몰고 나간다.
그 속에서 나만 멈춰 있는 것 같은 기분.
출근하지 않아도 되는 자유는 생각보다 조용했다.
모니터 앞에서 쌓이던 스트레스는 사라졌지만,
그 자리에 무엇을 채워야 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마치 오랫동안 손에 쥐고 있던 돌을 내려놓고 나니,
그 자리가 시릴 정도로 공허한 기분.
퇴사는 나에게 ‘끝’이 아니라 ‘쉼표’라고 말하고 싶다.
하지만 이 쉼표를 어떻게 써야 할지 막막할 때가 있다.
오늘은 그런 날이다.
일하지 않는 월요일.
나는 아직 그 감정을 어떻게 담아야 할지 잘 모르겠다.
낮 12시가 넘으니 햇볕이 부드럽게 방 안을 채운다.
그제야 마음이 조금 풀린다.
오랜만에 손톱을 다듬고,
책상 위 먼지를 털고,
중고로 팔까 말까 고민만 하던 카메라를 꺼낸다.
천천히 살아보기로 한다.
당장 뭘 해야 한다는 조급함보다
지금 내가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를 먼저 받아보기로.
회사 퇴사 후, 첫 월요일.
이 기분은 조금 낯설지만,
아주 오래 기억될 것 같다.
내가 처음으로 내 인생의 시간을 온전히 내 손에 쥐었던 순간.
그 순간의 아침은, 놀랍게도 아주 조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