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이 되었다는 걸,
핸드폰 시계 대신 배가 먼저 알려줬다.
어느새 12시 20분.
예전이라면 팀 단톡방에 “오늘 뭐 먹어요?”라는 메시지가 올라오고,
누군가 “찌개요?” 하면 다들 슬그머니 따라나섰겠지.
이제 그런 시간은 없다.
누구와도 약속되어 있지 않은 점심.
혼자 먹는 점심이 이렇게 낯설 줄은 몰랐다.
가스레인지를 켜다가 손을 멈췄다.
차라리 나가서 사 먹을까 싶었다.
집에 혼자 있는 것도 답답하고,
괜히 바람이라도 쐬면 기분이 나아질 것 같았다.
동네 밥집 골목으로 걸어갔다.
익숙한 길인데, 느낌이 달랐다.
회사 다닐 땐 점심시간마다 허겁지겁 뛰듯이 지나갔던 거리.
지금은 그 속도를 따라갈 이유가 없으니, 세상이 조금 느리게 돌아가는 것 같았다.
혼자 식당 문을 열고 들어갔다.
점심시간이라 테이블마다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단체복을 입은 회사원들, 식판을 든 근로자들,
그리고 나.
식당 아주머니가 “몇 분이세요?” 하고 묻는다.
“혼자요.”
입 밖으로 꺼내는 그 말이 괜히 어색하게 들렸다.
혼자 먹는 게 부끄러운 건 아닌데, 괜히 뭔가 들킨 기분이었다.
구석 자리에 앉아 김치찌개를 시켰다.
예전 회사 근처 식당과 비슷한 맛,
비슷한 그릇, 비슷한 반찬.
하지만 다른 건, 마주 앉은 사람이 없다는 거였다.
주변 대화 소리에 귀가 간다.
“어제 과장님 또 뭐라 했다니까.”
“이번 팀장은 좀 괜찮은 것 같던데?”
익숙한 말투, 익숙한 대화.
나도 불과 일주일 전까진 저런 이야기 속에 있었다.
혼자 밥을 먹는다는 건 생각보다 단순한 일이 아니었다.
입은 음식을 씹고 있는데, 마음은 자꾸만 생각을 씹는다.
‘내가 진짜 잘한 선택이었을까.’
‘지금 이 시간, 회사에 있었으면 뭐 하고 있었을까.’
‘괜히 나만 멈춰 있는 것 같네.’
그럴 때마다 일부러 천천히 물을 마셨다.
급하지 않게, 조급하지 않게.
조용히, 지금 이 시간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는데
아주머니가 “혼자 드시니 좀 허전하시죠?” 하고 웃으셨다.
나는 웃으며 “네, 조금요.”라고 답했다.
그러자 아주머니는 나지막히 말했다.
“그래도 혼자 밥 잘 먹는 사람이, 마음도 건강하더라고요.”
그 말이 이상하게 마음에 남았다.
무언가 위로가 필요한 날이었나 보다.
가게를 나오면서 하늘을 올려다봤다.
조금 더 걷기로 했다.
혼자 먹는 밥은 여전히 낯설지만,
이 낯섦도 언젠가는 익숙해질 거라 믿는다.
오늘 점심은 그런 하루였다.
조금 허전했지만, 그래도 나쁘지 않았다.
조금 외로웠지만, 어딘가 따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