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아침, 알람이 울리지 않았는데도 눈이 일찍 떠졌다.
시계를 보니 7시 48분.
평소라면 조금 더 자고 싶다고 뒤척일 시간이었지만,
이상하게도 잠이 더 오지 않았다.
커튼 사이로 들어오는 햇살은 평온했고,
밖에서는 누군가 택배를 받는 소리가 들렸다.
분명 아무 일도 없는데, 내 안은 어수선했다.
‘오늘 뭐 하지?’
그 생각이 들자마자 가슴이 약간 답답해졌다.
주말인데, 주말 같지 않았다.
회사 다닐 땐 주말이면 무조건 소중한 시간이었고,
조금이라도 더 알차게 보내고 싶어서 계획도 세우고 일찍 일어나기도 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이제는 매일이 주말 같은 일상인데,
정작 진짜 주말이 오니까 마음이 더 불안해졌다.
이상했다.
일할 때는 주말이 기다려졌고,
지금은 주말이 괜히 무거웠다.
어디든 가야 할 것 같고,
무언가를 해야만 할 것 같은 압박감이 있었다.
급히 휴대폰을 들여다봤다.
SNS에는 사람들의 주말이 가득했다.
등산, 브런치, 아이들과 나들이, 캠핑, 전시회, 북카페…
스크롤을 내리다가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나는 왜 이렇게 가만히 있는 걸 못 견디지?”
카페라도 갈까, 산책이라도 할까.
그런데 또 막상 일어나려니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
아무것도 안 해도 되는 날인데,
왜 자꾸 스스로를 밀어붙이는 걸까.
거실에 앉아 창밖을 바라봤다.
햇살은 좋았고, 바람은 느긋했다.
그 풍경은 나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그냥 좀 쉬어도 돼.”
그래서 오늘은 마음대로 하기로 했다.
계획도 없이, 시간표도 없이,
딱히 생산적인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되는 하루.
마루에 등을 대고 누워 천장을 바라보다가,
어릴 때 주말이 떠올랐다.
TV 보다가 졸고, 간식 먹고, 다시 자고,
그저 ‘쉼’ 그 자체였던 시간들.
그렇게 한참 누워 있었는데,
신기하게도 시간이 빠르게 지나갔다.
불안했던 마음은 조금씩 가라앉았고,
무언가 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확신이 조용히 스며들었다.
퇴사 후 첫 주말.
그건 생각보다 조용했고,
어쩌면 조금 외로웠지만,
분명 나에게 꼭 필요한 감정의 정리였다.
가끔은 이렇게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날도 있어야 한다.
그게 비로소 ‘쉬는 법’을 배우는 첫걸음일지도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