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25일 아침이면 자동으로 울리던 알림이 있었다.
‘급여가 입금되었습니다.’
그 문구를 확인하는 건 늘 잠결에도 반가운 일이었다.
아무리 힘든 한 달을 버텼더라도, 그 순간만큼은 조금 숨통이 트였다.
그 돈으로 카드값을 갚고, 대출이자를 내고, 남은 돈으로는 작은 위안을 샀다.
그렇게 반복되는 월급날은, 내 삶을 간신히 붙잡아주는 끈 같았다.
그런데 오늘, 그 알림이 오지 않았다.
스마트폰 화면은 조용했고, 진동도 없었다.
당연히 없을 걸 알면서도 괜히 기다리고 있는 내 모습이 우스웠다.
습관이라는 게 이렇게 큰 힘을 가진 건가 싶었다.
마치 내 존재를 확인해주는 ‘도장’ 하나가 빠진 것 같았다.
침대에 앉아 멍하니 핸드폰을 들여다보다가
통장 앱을 열어봤다.
잔액은 변함이 없었다.
어쩐지 숫자가 더 차갑게 보였다.
나는 이제 ‘월급쟁이’가 아니라는 사실이 확실히 느껴졌다.
퇴사를 결심할 때는 자유가 제일 먼저 떠올랐다.
시간을 내 마음대로 쓸 수 있다는 것,
출근길의 피로와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
그게 내게는 가장 큰 해방처럼 보였다.
하지만 정작 이렇게 첫 월급날을 맞이하니,
자유보다 불안이 먼저 마음을 채웠다.
이제는 누가 내 계좌에 돈을 넣어주지 않는다.
앞으로 벌어야 할 돈, 채워야 할 시간,
그게 다 나 혼자 책임져야 하는 현실이라는 게
오늘만큼 또렷하게 다가온 적이 없었다.
한숨이 절로 나왔다.
괜히 거실을 서성이다가 창문을 열었다.
밖은 평소처럼 분주했다.
회사로 향하는 사람들, 배달 오토바이, 시끄러운 공사 소리.
세상은 여전히 일하고 있는데,
나만 멈춰 서 있는 것 같았다.
커피를 내리면서 생각했다.
앞으로는 내가 나를 ‘월급날’처럼 만들어야 한다는 걸.
누군가의 시스템 안에서 돌아가던 톱니가 아니라,
내가 직접 만들어가는 하루하루가 결국은 내 월급이 될 거라는 걸.
아직은 두렵다.
하지만 이 두려움조차도 내 시간 속에서 마주하고 있다는 게
조금은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오늘은 급여 알림이 오지 않는 첫날이다.
그게 낯설고 허전하지만,
어쩌면 나를 새로운 길로 몰아붙이는 가장 솔직한 신호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