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일 아니었다.
정말 아무것도 아닌 일이었다.
그날 아침도 평소처럼 조용했고, 커피를 내리면서 창밖을 봤다.
햇살도 괜찮았고, 바람도 적당히 불었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마음이 무거웠다.
마치 가슴 안쪽 어딘가에 무언가 고여 있는 느낌이었다.
점심쯤이었다.
집 안에 햇볕이 깊이 들어오던 시간.
책장을 정리하다가 오래전 동료들과 찍었던 사진을 발견했다.
회사 송년회 때였나 보다.
종이 모자와 케이크, 그리고 다 같이 웃고 있는 얼굴들.
그 안에, 예전의 나도 있었다.
어깨를 움츠리지 않고 웃고 있는 얼굴.
그 모습을 보자 갑자기 뭔가 쿵, 하고 안쪽에서 떨어졌다.
나는 가만히 앉아 사진을 들여다보다가
천천히, 눈물이 났다.
정말 아무도 건드리지 않았고, 아무 일도 없었는데
눈물이 났다.
이게 뭐라고 이렇게 울컥할까 싶었다.
일이 힘들어서 나왔고, 잘한 선택이라 믿었는데
왜 이렇게 쓸쓸할까.
왜 이렇게 나 혼자 남겨진 것 같은 기분이 들까.
그 순간엔 퇴사한 ‘이유’보다
그 이후의 ‘빈자리’가 더 크게 느껴졌다.
전화기를 들었다가 다시 내려놓고,
SNS를 열었다가 금방 닫았다.
누구에게도 이 감정을 설명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괜찮다고 말해도, 안 괜찮다고 해도
어떻게든 이상하게 보일 것 같아서.
그렇게 울다가, 조용히 웃음이 났다.
이런 날이 오겠지, 하고 생각은 했지만
막상 그날이 오니까 이렇게나 무너지게 될 줄은 몰랐다.
사람이란 게,
몸은 앞서 나가는데 마음은 늘 한참 뒤에 따라오나 보다.
그날 이후로 나는 조금씩 나를 더 살피기로 했다.
억지로 괜찮은 척 하지 않기로.
감정이 밀려오면 피하지 않고 가만히 마주보기로.
퇴사 후 처음으로 울컥했던 날.
그날은 슬펐지만, 꼭 필요한 날이었다.
내가 여전히 ‘무언가를 잃은 사람’이라는 걸 인정한 순간.
그리고 그걸 인정하고 나서야
비로소 진짜 다시 걸을 수 있다는 걸
조금은 알게 된 날이었다.